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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양자 컴퓨터가 진짜 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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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KBS 뉴스엔가 보니, 국내에 처음으로 100 큐비트급 양자 컴퓨터가 도입된다는 기사가 있었다. 

 

슈퍼컴 1만년 걸리는 계산 3분이면 끝

 

 

이러한 뉴스와 기사를 보면서,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 중에 가장 무서운 거짓말이, 진실 속에 거짓을 몇 개 집어 넣은 거짓말이라 한다. 섞여 있는 거짓말을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슈퍼컴 1만년 걸리는 계산 3분이면 끝"

 

이 말은 거짓이 아니면서, 진실도 아니다. 일부, 그것도 아주 일부 영역에 대해 1만년 걸리는 계산이 3분이면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컴퓨팅 영역에서 이게 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양자 컴퓨터가 빠르다는 것을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기존의 컴퓨터가 전기/전자를 가지고 동작하는 건데, 양자 컴퓨터는 '빛'을 가지고 동작하는 것이 동작 자체가 빠른 거 아닌가?

 

잘못된 생각이다. 양자 컴퓨터도 '전자'를 기반으로 동작한다. 일반 컴퓨터와 비교해서 연산 속도 자체가 빠른게 아니다. 그리고, 만약 빛을 기반으로하는 '광 컴퓨터'가 있다면, 이게 '빛'을 가지고 연산하는 거여서 '전자'를 기반으로 동작하는 일반 컴퓨터 대비 빠르다고 얘기할 수 없다. 빛과 전자의 이동속도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가 빠른 것은, 양자 컴퓨터가 '전자의 중첩성'이라는 성질을 이용할 수 있고, 이러한 '중첩성'을 이용한 알고리즘 분야에서는 매우 빠르게 뭔가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영역에서만 빠른 거다.

 

이러한 '전자의 중첩성'을 가지고 지금까지 알려진 알고리즘은 크게 2가지다. 크게 유용한 것은 이 2가지 알고리즘 밖에 없다고 봐도 된다.  하나는 '소인수 분해를 잘하는 알고리즘'이고 다른 하나는 '빠른 길 찾기 알고리즘'이다. 다른 것은 없다고 봐도 된다. 현재까지는.

 

그럼 이 2개 알고리즘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소인수 분해를 잘하는 알고리즘

신용카드 거래에 사용되는 암호인 RSA는 소인수 분해의 어려움을 기반으로 동작한다. 전자의 중첩성을 이용하는 '쇼어의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RSA 암호를 비교적 쉽게 풀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RSA 암호는 'RSA 2048'이다. 이를 일번 컴퓨터가 깰려면 300조 년을 돌려야한다. 그러나, 2000만 큐비트의 양자 컴퓨터로는 8시간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근데, 지금 뉴스에 나온, 그 많은 돈을 주고 우리나라에 도입한 최신의 양자 컴퓨터가 127 큐비트 양자 컴퓨터이다. 이제야  127 큐비트 정도인데 2000만 큐비트라니!!  

2000만 큐비트 정도의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는 시점을 2035년 정도로 보고 있다. 이건 아주 긍정적으로보는 전망이다. 즉, 아주아주 잘해야 2035년에라야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그럼, 2035년 정도에는 아주 빠른 양자 컴퓨터가 생기는거 아니냐고 얘기할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는 거다. 2000만 큐비트가 되더라도, 이처럼 RSA 암호는 깰 수 있으나, 우리가 워드 프로세스를 돌릴 때 빨리 돌아가게 하고 싶어~ 1시간씩 걸리던 데이터 처리를 빨리 하고 싶어~라는게 가능하다는게 아니다. 그냥, RSA를 깰 수 있다는 거다.

 

RSA 암호가 깨지는 게 대단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이게 깨지면, 지금의 금융권 트랜잭션의 보안성이 다 깨진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를 다 바꿔야 한다. 양자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해커가 나의 신용카드를 복제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암호 학자들이 메달리고 있는 것이, 양자 컴퓨터에서도 깨지지 않는 '양자 내성 암호'를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다. 사실 이미 만들었다. 소인수 분해의 어려움이 아닌 다른 어려움을 이용한 방식이다. 

 

빠른 길 찾기 알고리즘

티맵, 카카오 맵 등에서 길 찾기를 해준다. 현재의 빠른 길 찾기 알고리즘은 가장 최적의 길을 찾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뒤져보고 최적의 길을 알려주는 게 아닌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뒤지려면 현재의 컴퓨팅 파워로는 힘들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를 이용하게 되면, 이러한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근데, 그렇게 되서 so what?

 


양자 컴퓨터가 쓸모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근데, 지금 뉴스에서 떠드는 것처럼, 이게 현재의 컴퓨터가 하는 모든 영역에 대해서 양자 컴퓨터가 빠르게 연산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거다. 그것도, 모든 영역 중 일부를 못하는 것이아니라, 일부 영역만 빠르게 할 수 있고 나머지 대부분의 영역은 여전히 기존의 컴퓨팅으로 해결해야하는 것이다. 

 

또한, 양자 컴퓨터가 동작되기 위해서는, 전자의 상태가 '이상적인 상태'에 있어야 하는데, 이상적인 상태라는 것은 '진공'이어야 하고 '절대 0도'에 가까운 온도라야 한다. 절대 0도는 영하 273도 정도되는 아주 차가운 온도다. 일반 환경에서는 이룰 수 없는 환경이다. 즉, 양자 컴퓨터가 발달해도, 집에서 혹은 일반 사무실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거다. 

 

이러한 컴퓨터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걸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처럼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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