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는 존경하는 한스 로슬링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집필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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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쯤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봤던 비디오 영상을 통한 프린젠테이션은, 한참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던 저에게 충격적인 영상이었습니다.
가로축과 세로축에 의한 구분, 그리고 원형 물방울 크기, 물방울의 색깔,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형, 이렇게 무려 5가지의 정보를 한 화면에서 보여주는 기법의 화려함과 어우러진 데이터가 뇌에 뭉태기로 전달될 때의 충격이란....
FACTFULNESS 영문판은 2018.3월에 나왔고, 팩트풀니스 한글판은 '김영사'를 통해 2019.2월에 나왔네요.
요즘 일에 치여 일반적인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역시나 '한스' 선생님입니다. 첫 단원부터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인간의 뇌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속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덕분에 즉각적인 위험을 피하기도 한다.
...
인간은 당분과 지방에 열광하고, 그것은 음식이 귀하던 시절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원이었다. 우리는 수천 년 전에 유용했던 많은 본능을 지니고 있지만, 정작 그때와는 매우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는, 우리 인간이 진화생물학적인 요인에 의해 뇌 속에 각인되어 있는 회로들, 그 회로들에 의한 착각/오류 그리고 그 회로를 이용하려는 전문가(마케팅, 인사담당)/정치인.
이런 생각들과 버무려져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문구입니다.
'간극 본능'은 팩트풀니스에서 얘기하는 10가지 오류중 첫 번째로 얘기하는 우리의 착각입니다.
세상이 '가난한 자'와 '잘 사는 자',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대부분 생각하는데, 사실 사실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개발도상국'이라는 것은 영어로 'Developing Country', 한자로는 開發途上國입니다.
Developing Country를 직역하면 '개발 중인 나라'이니, 이를 한자로 '개발 도상에 있는 국가'로 해서 개발도상국으로 한 것이고, 이는 일본에서 사용한 단어를 우리나라에서 차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만약 Developing Country를 우리말로 번역했다면, '개발중국가' 정도로 했을 거 같습니다.
중국어로 Developing Country를 뭐라 하는지 찾아보니, 发展中国家입니다. '발전중국가'
근데, 우리는 '후진국' > '개발도상국' > '선진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유엔이나 WTO에서나 'Developing Country' > 'Advanced Country' 이렇게 2가지 구분만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우리 스스로 '개발도상국'이라는 의미를 '후진국'을 탈피해서 '선진국'으로 달려가고 있는 의미로 미화한 사회적 경향이 있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고요.
해서, 이 책에서 세계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 구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하는 말 자체가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세계는 후진국, 개발도상국, 선진국으로 구분되어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이죠.
1965년 정도까지는 이러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라는 구분이 어느 정도 맞을 수 있는데, 현재 기준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합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못 사는 나라'와 '잘 사는 나라' 구분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여성 1인당 출생아 수'와 '5세까지 생존하는 아동의 비율'을 가지고 비교를 해봅니다.
드디어 그 유명한 물방울 그래프가 등장해서 답을 내줍니다.
가로는 '여성 1인당 출생아 수'이고 세로는 '5세까지 죽는 아동의 수'입니다.
(세로가 '5세까지 생존하는 아동의 비율'이 아니고 '5세까지 죽는 아동의 수'임에 유의. 책에서는 전자인 '비율'을 가지고 설명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아동의 수'로 설명하겠습니다. 결과는 똑같습니다.)
물방울 하나는 각 국가를 나타내고, 물방울의 크기는 그 국가의 인구수를, 색깔은 어느 대륙에 속해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좌하단 쪽으로 갈수록 '여성 1인당 출생아 수'가 적고 '5세까지 죽는 아동의 수'가 적기에 '선진국'이고, 우상단으로 갈수록 '여성 1인당 출생아 수'가 많고 '5세까지 죽는 아동의 수'가 많아지기에 '개발도상국'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1965년도의 그래프는 좌하 단과 우상단으로 각 국가들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각 국가들이 뭉쳐 있습니다.
그러나 2017년도의 그래프를 보면 모든 국가가 하단부로 몰려있고(죽는 아동의 수가 급격히 줄었다는 얘기), x축의 출생아 수도 일부 아프리카 국가를 제외하고는 그 간극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파란색이 아프리카 국가)
이렇게 세상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2가지 범주로 나눌 수 없을 만큼 간극이 없는데, 왜 사람들은 계속해서 세상을 이렇게 2가지로 구분하는가? 이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간극 본능'에 의한 오류이고, 이제는 좀 더 세밀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한스' 선생님은 얘기합니다.
여기서 잠시, 책에는 없지만 위 그래프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 그래프는 'Bubbles Chart(물방울 차트)'로 불리는, 한스 선생님의 전매특허 같은 유명한 그래프인데, 4~5개 정도 되는 정보를 한 화면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줌으로써, 일반 도표를 보면서는 느껴보지 못한 인사이트를 얻게 됩니다.
이 물방울 차트는 갭마인드 재단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무료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https://www.gapminder.org/tools/#$chart-type=bubbles
제가 해볼 것은 한국을 포함해서 관심 있는 국가 몇 개를 찍어서 1800년부터 지금까지의 그래프를 그려보는 겁니다.
관심 국가는 한국, 일본, 중국, 북한
1800년부터 시뮬레이션이 가능한데, 1800년을 보면 한국은 출산 수는 6명, 아동 1000명 당 사망 수는 500명입니다. 일본은 사망 수가 360명 정도.
'일본 > 중국 > 한국'순으로 사회 발전 정도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약 100년 후인, 일본에 의해 강제 합병될 때를 보면, 일본/중국/한국은 별 변화가 없고 유럽(노란색)과 미국이 좌하단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해방이 되던 1945년을 보면,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좌하단 쪽에 자리 잡고 있고, 한국은 여전히 우상단의 위치에 있습니다.
한국과 북한의 위치가 왜 다르게 되어 있는지는 좀 의문이네요.
1910년 대비 아동 사망률이 50%에서 31%로 줄었는데, 이것을 일본의 식민지 덕택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전 세계의 모든 국가의 아동 사망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기에, 일본의 식민지가 아니었으면 더 좋아질 수도 있었던, 전 세계의 흐름이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입니다.
1970년을 보면,
일본은 전 세계 최저 수준의 유아 사망률에 출산 수 2.1명대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가 있고, 한국과 북한은 비슷한 수준, 중국은 그 보다 좀 떨어진 수준을 보입니다.
이제 이때부터 한국의 발전이 시작되겠죠.
1988년의 상황입니다.
한국은 이미 일본 수준으로 따라잡았고, 예상외로 북한도 많이 발전했고, 중국이 빠른 속도로 캐치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상황입니다.
이제는 유아 사망률을 가지고는 국가 간 구분이 힘들 정도로, 대부분의 국가의 유아 사망률이 대폭 낮아졌습니다. 1인당 출산 수로는 아직도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일부 국가(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예멘, 파키스탄)가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두 가지 값으로 세계를 구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1800년부터 현재까지의 그래프 애니메이션을 녹화했습니다. (아래 비디오 참조)
한스 선생님은 4단계로 구분하자고 주장합니다.
단계 | 인구 | 하루에 버는 금액 |
1 단계 | 10억 | $1 |
2 단계 | 30억 | $4 |
3 단계 | 20억 | $16 |
4 단계 | 10억 | $32 |
그래프로 표현해 보면,
위 그래프에서 인형 하나가 10억 명에 해당합니다.
1단계의 경우는 하루에 1달러 정도를 벌고, 10억명 정도가 이 단계에 해당하는데, 웅덩이에서 물을 구하고, 별도의 이동 수단 없이 걸어서 다니고, 조리는 나무를 태워서 해야 하고, 병이 걸려도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2단계는 하루에 4달러를 벌고, 30억 명이 이 단계에 해당됩니다.
물을 길어오는데 자전거를 사용하기도 하고, 직접 우물을 파거나 지하수를 이용해서 수도가 나오기도 합니다.
전기가 들어오기는 하나 전력사정은 그리 좋지은 않고, 맨바닥에 자지 않을 정도의 집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가진 것을 거의 모두 다 팔아야 약을 구입하고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3단계는 하루에 16달러를 벌고, 전 세계 약 20억 명이 이 단계에 해당합니다.
저축도 좀 하고 전국에 상수도를 이용한 수도도 설치되어 있고 전기도 안정적으로 들어오고, 가스를 이용한 조리기구를 이용하고 먹다 남은 음식은 냉장고에 보관할 수도 있습니다.
4단계는 하루에 32달러 넘게 벌고 전 세계 약 10억 명이 이에 해당합니다.
교육은 12년 넘게 받고, 비행기를 타고 휴가를 떠난 적도 있고, 한 달에 한 번은 외식을 하고 차를 살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의 경우는 2단계, 3단계, 4단계를 모두 거치면서 지금에 이르렀던 것 같습니다.
저의 윗 세대는 1단계였던 것 같고.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처럼 70년 정도의 시간 안에 이처럼 빠른 성장을 한 나라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학교에서 줄기차게 들었던 '한강의 기적'이 맞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한편 1990년 이후의 그래프 변화를 보면 아시아의 다른 국가(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 등)들도 이제는 의식주 혹은 유아 사망수를 가지고서는 구분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100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1단계에서 거의 4단계에 이르렀기에, 이제는 이러한 발전이 우리나라만이 이루어낸 '기적'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여하튼, 이 세계가 '못 사는 나라'와 '잘 사는 나라'로 구분하기에는, 유아 사망률이나 의식주 수준을 가지고 나라를 구분하기에는, 전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발전한 건 맞는 거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세계를 과도하게 극적으로 나누지 않고 네 단계로 나누는 것은 타당한 일이고, 이러한 생각이 많이 전파되면, 지금처럼 서양/동양, 백인/흑인으로의 2분법에 의한 갈등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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