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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감자와 지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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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감자'는 1824년 함경도 산간지방으로 감자가 처음 들어왔다고 한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1824~1825년 사이에 명천의 김 씨가 북쪽에서 들여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주연문장전산고'는 '오주 연문 장전 산고'라고 끊어 읽는다. '오주 이규경'이 '문장을 부연하여' '쪽지를 붙인' '이런저런 글'이라는 거다. 무려 60권에 달하는 방대한 백과사전이다.

 

여하튼 정확하게 연도까지 지정한 걸로 봐서는, 1824년 즈음에 감자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맞는가 보다. 

그렇다면 2024년은 감자 도입 200주년이다. 

 

그런데, 감자가 들어오기 약 60 년쯤 전에 이미 일본으로부터 들어왔던 '고구마'가 이미 '감저'란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래서, 진짜 '감자'는 '북감저/북저', '고구마'는 '남감저/남저'로 불렀다 한다. 

 

고구마

고구마는 1763년에 대마도를 통해서 들어왔다 한다. 일본에서는 고구마를 '코오코마( 孝子麻 )'라고 하는데, 이를 음차해서 '고구마'로 부른 것이라 한다. 

근데, 이 고구마는 중국에서 먼저 재배되었고 '감저( 甘藷 )'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고구마'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감저'라고 불렸다고 한다.

 

지슬

제주도에서는 '감자'를 '지슬'이라하고, '고구마'를 '감저'라고 한다. 물론, 지금도 이렇다는 것은 아니고, 30년쯤 전까지 그랬고, 아직도 어르신들은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 

 

  • 감자: '지슬'이라고 부른다.
  • 고구마: '감저/감져'라고 한다.

'지슬'은 '지실( (地實 )'에서 온 말이라 한다. 땅에서 나는 과실이다.

 

김동인의 감자(고구마)

이제는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알려진 소설가 김동인이 지은 소설 '감자'는, 우리가 아는 '감자'가 아니고 실상은 '고구마'라고 한다. 소설 '감자'는 1925년에 출판되었고 소설의 배경이 평양인데, 그 당시 평양에서 부르던 '감자'는 실제로는 현재의 '고구마'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 주인공 '복녀'는 가난하지남 정직한 농가에서 반듯하게 자랐으나, 15살에 나이가 20살 많고 게으른 동네 홀아비에게 80원에 팔려 시집을 가게 된다.
  • 남편의 천성이 게으른지라 부부는 점점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끝내는 빈민굴에 살게 되고, 이 과정에서 '복녀'의 가치관도 바뀌게 된다. 몸을 팔아서 돈 버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된다.
  • 동네 같이 사는 중국인 '왕서방'에게 돈을 받고 정부 노릇을 하게 되는데, 왕서방이 새색시를 얻는 날 '복녀'는 낫을 들고 왕서방네 집을 찾아가게 되고 다툼 끝에 왕서방에 의해서 죽게 된다.
  • 왕서방과 복녀의 남편은 돈으로 협상을 하게 되고, 복녀는 뇌일혈로 죽은 것으로 처리된다. 

환경결정론을 얘기한 소설이다. 제법 올바르던 복녀도 환경이 그러하면 매음도 서슴지 않고 하게 된다는 것. 인간의 나약성을 보여준다. 

 

'감자'는, 복녀가 왕서방네 밭에서 감자(실제로는 고구마) 서리를 하다가 왕성방에게 걸리는 장면에 등장하는 소재다. 

소설의 주제와는 별 상관없다. 뜬금없다.

영화 '지슬'

 

영화 '지슬'은 2013년에 개봉된 독립영화로,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다.

 

  • 1948년, 미 군정하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도민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린다. 
  • 제주도로 군인들이 파견되고, 제주도 사람들은 해안선에 5km 떨어진 중산간 마을 사람들을 모두 폴도로 여긴다는 소문으로 피난길에 오른다. 
  • 산속으로, 동굴 속으로 피신한 마을 사람들은 '지슬'을 나눠 먹으며 피난 중이지만 허기를 때운다.
  • 군인들은 토벌 작전에 나가게 되고 미처 피난하지 못한 마을 처녀 순덕을 잡아오게 된다. 순덕은 계엄군 상사의 노리개로 전락한다. 
  • 토벌군에게 마을 사람들이 피난하고 있는 동굴이 발견되고, 토벌군은 동굴에 있던 마을 사람 전원을 학살한다.   

'지슬'은 동굴 속에서 마을 사람들이 나눠 먹는 장면에 등장하는 소재이고, 지슬의 감독인 '오멸' 감독은 "지슬은 영화의 마지막에 죽은 엄마의 곁에서 우는 어린아이가 지슬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땅의 모두는 아픈 역사를 모태삼아 태어나는 '지실 地實'이라는 것이다. 

 

고구마와 감자

고구마는 일본에서 전해졌다는 것, '고구마'가 순수 우리말이 아니고 일본어에서 음차 된 말이라는 것, 김동인의 '감자'가 고구마라는 것, 그리고 그 김동인이 친일 반민족행위자라는 것.

 

고구마가 괜히 싫어진다.

 

맛으로도 고구마보단 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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