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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수(Number)

등각 나선, 나방이 광원 주위로 몰려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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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을 '불나방'이라고도 한다. 불을 좋아하는 나방, 불을 보면 앞뒤 안 보고 달려드는 나방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밤에 이동하는 대부분의 날개가 있는 곤충들은 불을 보면 모여드는 것 같다. 해서, 이런 곤충들의 습성을 이용해서 '곤충 퇴치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왜 나방을 비롯한 날곤충들은 불로 뛰어들까? 불이 좋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아니 왜 불이 좋단 말인가? 불이 좋아서 이득이 있어야 할 거 아닌가? 뛰어들어봐야 죽기만 하는데...(어릴 적부터 들던 의문점이었다. 나방들은 멍청한 걸까?)

 

나는 모든 현상에는 그 이유가 있고, 특히나 생물체의 유전적 행동에는 그 진화론적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현상 및 행동을 함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나방이 불을 향해 돌진하는 것은, 그들의 이동 습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불을 향해 돌진하는 습성이 아니라, 예전부터 밤에 유일하게 빛났던 빛인 별과 달을 중심으로 이동하던 습관. 그 습관은 별과 달을 향해 돌진하던 것이 아니라, 별과 달과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며 평행하게 이동하려는 유전적 습관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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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은 어두운 밤에 이동할 때 달 빛을 기준으로 해서 이동한다고 한다.

 

아마도 눈에 보이는 달빛과 일정한 각도가 되도록 유지하면서 날고 있는가 보다. 사실 그렇게 해야 직선으로(직선에 가까운) 날 수 있고,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이동 방법일 것이다. 

 

진화론적으로 생각해보면, 위와 같이 행동하는 나방들의 생존율이 높고, 그러한 행동이 유전정보로 남아서 전달되는 걸 거다. 

 

나방이 달을 기준으로해서 방향을 잡는 것을 이미지화한 것. 그리다 보니 직각처럼 보이는데, 달의 수직방향으로 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 인간도 밤에 이동할 때는 달이나 별을 기준점으로 해서 방향을 파악했었다. 불과 100~200년 전 까지는 다 그렇게 했었다. )

 

 

이처럼, 먼 거리에 있는 것(별, 달, 태양 등)을 기준으로 위치를 잡는 것을, Transverse Orientation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적절한 번역이 힘들다. 풀어서 쓰면 "먼 거리에 있는 달과 같은 광원을 기준점으로 삼아 이동" 정도가 되겠다. 약간 짧게 쓰면 "원거리 광원 기준 이동법"


먼 거리가 아닌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가로등 같은 인공 광원을 기준으로 해서 '원거리 광원 기준 이동법"을 쓰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나방의 입장에서는 가로등을 달로 착각할 수 있겠고, 이 가로등을 기준으로 'Transverse Orientation' 방법으로 이동하려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가로등을 기준으로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며 날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계산을 해보면, 가로등을 기준으로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며 날려다 보면, 직선으로 나는 게 아니라 가로등 쪽으로 나선형을 그리면 끌려가듯이 날아가서, 끝내는 가로등과 부딪히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밤에 나방들이 가로등 주변으로 모여드는 현상과 동일하다. 

 

즉, 나방들은 가로등이 좋아서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 똑바로 날려다 보니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럼, 왜 멀리 있는 달을 기준으로 할 때는 똑바로 직선으로 날게 되는데, 가로등을 기준으로 할 때는 직선이 아니라 가로등 쪽으로 나선형으로 달려들게 되는 것일까? 

 

아래쪽 글은 이에 대한 해답이다.

 

 


가로등 방향으로 나방들이 몰려드는 것은, 로그 나선(Logarithm Spiral) 혹은 등각 나선(Equiangular Spiral)으로 불리는 곡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등각 나선'이라는 것은 다음 수식을 만족하는 곡선이다. 

 

$ r = ae^{b \theta}$    [식 1]

 

극좌표계식 표현법인데, $r$은 원점으로부터의 길이, $a$와 $b$는 상수, $e$는 오일러 수(Euler's Number), $\theta$는 출발선으로부터의 각도를 나타낸다. 

 

식에서, $\theta$가 커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a>0$ 이면 $r$은 점점 커지게 된다. $e^x$와 같은 지수함수는 $x$가 커짐에 따라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theta$가 커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시작선에서 출발해서(일반적으로 출발선은 xy 좌표계에서 오른편 x축에 해당하는 선) 시계 반대방향으로 이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식 1]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각이 커짐에 따라 반지름이 점점 커지는 나선 모양이 될 것이다.

 

 

등각 나선의 특성은, 나선 상의 어떤 점에서도 진행 각의 크기가 같다는 것이다. 진행각은 원점에서 해당 지점까지의 직선과 그 지점에서의 접선과의 사잇각이다. 

 

 


다시 나방의 얘기로 돌아가면, 나방은 먼 거리에 있는 달을 기준으로 일정한 각도를 가지고 나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이렇게 해야 특정한 방향으로 곧게 날아갈 수 있음), 가로등 같은 근거리에 있는 광원이 있는 경우는, 그 광원을 중심으로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려다 보면 소용돌이처럼 그 광원을 향해 돌진해버리게 되는 것. (위 그림에서는 묘사된 각도는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때의 각도를 그렸는데, 그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로 등각이 된다. )

 

이때, 원점인 광원이 아주 멀리 있을 때는, 나선이 거의 직선에 가깝다. (지구가 둥글다고 하는데, 우리가 서 있는 땅은 편평하고 평면처럼 보이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아주 먼 광원인 달을 기준으로 동일 각도로 나는 것은 직선운동이 되는 것이고, 몇 미터 정도의 가까이 있는 가로등을 기준으로 동일 각도를 유지하려는 것은 나선운동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수억 년 동안의 진화에서 살아남았던 유전적 성질이, 현대 인류의 급격한 기술 발전에 의한 산물에 미처 적응을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달을 기준으로 이동하는 유전자를 가진 나방이 생존율이 높아서 그러한 행동이 지금의 나방에게 유전자로 내려왔듯이, 가로등의 꼬임에 빠져 죽는 나방이 많아지고, 돌연변이처럼 가로등의 꼬임에 빠지지 않아 살아남는 나방이 많아진다면(도시에 사는 나방은 그러지 않겠는가?), 가로등 불빛이 있어도 달려들지 않는 그런 유전자를 가진 나방들도 나타날 거 같다.  

 

좀 찾아보니, 그러한 연구 결과를 보인는 것이 이미 발견되고 있다. 

2016년 논문인데, 도심에서 가로등에 달려들지 않는 나방들의 비율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Reduced flight-to-light behaviour of moth populations exposed to long-term urban light pollution"이라는 글인데,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altermattlab.ch/wp-content/uploads/2018/06/AltermattEbert_BiologyLetters_2016.pdf

자연 상수(혹은 오일러 수) $e$로 만들어지는 지수함수 $y=e^x$는 미분을 해도 그 자신이 되는 특별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기 자신의 크기만큼 변하는 것이다. 크기가 작을 때는 작은 만큼 변하고 크기가 클 때는 그 큰 만큼 변한다. 

 

이러한 e를 밑수로 하는 지수함수로 표현되는 등각 나선 식이, 어떤 지점에서건 그 진행방향에 대한 각이 같게 되는 것도 $e^x$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수식으로 살펴보겠다.

 

등각 나선의 식을 다시 써보면,

 

$ r = ae^{b \theta}$    [식 1]

 

이것을 $\theta$에 대해 미분해보자. 그러면 각 지점에서의 접선 벡터가 나오겠다.

 

$ \frac {df}{d\theta} = abe^{b \theta} = br$   [식 2]

 

여기서 $e^{b \theta}$의 미분 값은 $be^{b \theta}$이고, $abe^{b \theta} = br$이 된 것은 원래 식에서 $r=ae^{b \theta}$이기 때문이다. 

 

이제  원점에서 어떤 점까지의 벡터 $r$과, 그 지점에서의 접선 벡터인 $\frac {dr}{d \theta}$와의 사잇각을 $\phi$를 구해보면,

 

$$\phi = \tan ^{-1}{(\frac {r}{\frac {dr}{d\theta}})}$$

$$ = \tan ^{-1}{(\frac {1}{b})} = \cot ^{-1}{b}$$

 

$\phi$의 값이 $r$이나 $\theta$에 관계없이 상수값으로 일정함을 할 수 있다. 즉, 등각 나선에서 어떤 점에서의 진행방향에 대한 각도는 일정한 것이다. 

 


등각 나선을 그리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봤다. 

 

 

 소스 코드는, 

 

from manimlib.imports import *

class Spiral(Scene):
    def construct(self):
        a,b = 0.1, 0.1

        vt = ValueTracker(0)
        spiral = VGroup(Line(ORIGIN,ORIGIN, color=RED))
        def update_spiral(mob):
            clone_spiral = mob.copy()
            sp = clone_spiral[-1].get_end() #starting point

            theta = vt.get_value() * 2 * np.pi
            r = a*np.exp(b*theta)
            x,y = r*np.cos(theta), r*np.sin(theta)
            ep = np.array([x,y,0])

            clone_spiral.add(Line(sp,ep, color=RED))
            mob.become(clone_spiral)

        self.add(spiral)
        spiral.add_updater(update_spiral)

        self.play(vt.set_value,7, rate_func=linear, run_time=10)
        self.wait()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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